어느 날 퇴근하고 거실에 피곤해 누워 있는 아내의 발을 보았습니다. ​연애할 땐 예쁜 구두만 신고 늘 빛나던 사람이었는데, 어느새 발뒤꿈치가 하얗게 갈라지고 굳은살이 박여 있더군요. 그 거친 발을 보는데 가슴 한구석이 쿵 내려앉았습니다. ​아이를 키우고, 살림을 하고, 또 일하느라 정작 자기 몸 돌볼 시간은 없었던 아내의 치열한 하루가 그 발에 고스란히 적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. ​싱크대 앞에 서 있는 아내의 뒤를 가만히 껴안았습니다. 아내가 놀라며 "왜 이래, 징그럽게?" 하고 툴툴대면서도, 제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 주더군요. ​부부란 서로의 가장 눈부신 청춘을 선물 받아, 서로의 낡아가는 시간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사이인가 봅니다. ​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잊고 살았던 아내의 거친 손과 발이, 오늘따라 참 미안하고 고맙습니다.